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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변론 판결 사실상 '자백'

   
▲ 성창재 변호사
민사소송법 제203조(처분권주의)는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민사소송법은 대등한 당사자들 사이의 다툼에 대하여 법원은 공정한 심판으로서 양 당사자들의 주장과 입증방법(증거자료)만을 근거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방당사자가 상대방 당사자의 주장에 대하여 아무런 주장(반박, 항변)을 하지 아니하고 증거자료도 제출하지 아니하면, 패소판결을 선고하게 된다. 예를 들어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제출한 ‘소장’을 피고가 송달받고서도 1개월 이내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아니할 경우에 법원은 ‘무변론 판결선고기일’지정한 다음, 원고 전부 승소판결을 선고하게 되는데, 그 승소판결선고의 근거는 피고가 적법하게 소장 부본을 송달받고도 이에 대하여 다투지 아니하였으므로 ‘자백’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물론 아주 간단하게 ‘원고의 청구 기각을 구합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서만 제출해도 법원은 ‘변론기일’을 지정하여 재판을 진행하고, 만약 위와 같은 소장 부본의 송달이 피고에게 귀책사유 없는 사유로 송달이 되지 아니하여서 공시송달(법원 게시판에 ‘공고’하여 송달된 것으로 갈음하는 송달제도)에 의한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대하여 그 피고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면, ‘추완항소장’을 제출함으로써 다시 재판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피고는 위와 같은 공시송달에 관하여 자신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나아가 민사소송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지만, 법원은 오로지 공정한 심판으로서 판단할 뿐이지, 일방 당사자의 주장이 아무리 법률적으로 근거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상대방 당사자에게 이를 알려주어서는 안된다는 ‘변론주의’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일반적인 채권의 소멸시효가 10년인데, 20년도 더 지난 채권을 행사하는 취지의 소장이 접수되면, 해당 재판부는 절대로 피고에게 ‘소멸시효 항변’을 하라고 알려주어서는 안되고, 재판부 스스로 ‘이미 소멸시효 기간이 도과되었으므로 원고 청구 기각’이라는 판단을 하여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피고가 너무 억울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처럼 보이지만, 해당 재판부로서는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넘어서는 판단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각 채권별 소멸시효기간이 몇 년인지는 모르더라도 ‘소멸시효’라는 제도는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방어를 하지 못한 피고에게 패소판결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참고로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 한다’라는 법언이 있다. 이는 모든 국민이 법조인 수준의 법률지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상식에 해당하는 생활법률 상식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법조인을 제외하고는 법률에 대하여 잘 모르기는 원고나 피고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어느 일방 당사자만을 편들 수 없다는 취지이다.

결국 위와 같은 황당한 결론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는 법원에서 ‘소장’ ‘이행권고결정’ 등과 같은 서류가 송달되거나 ‘변론기일 통지서’와 같은 서류를 받게 되면, 그 즉시 법률전문가와 상담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글 변호사 성창재{법무법인 솔루션 구성원 변호사, 02)591-7476}

사법연수원 제33기생인 성창재 변호사는 변호사 김기동·성창재 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했고, 중소기업은행에서 사내변호사직을 수행한 바 있다. 변호사 성창재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다, 법무법인 코리아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 솔루션에서 근무하고 있다. 2008년부터 중소기업은행 고문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금융을 비롯해 일반 민․형사 및 가사 사건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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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abreak 기자  webmaster@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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