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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죽인 사람, 또 죽일 수 있을까

   
▲ 성창재 변호사
최근 모 드라마에서는, 과거에 살인죄로 확정판결을 받아 교도소에서 30년 가까이 수용생활을 하던 중 병원치료를 위해 가석방된 사람이, 과거 자신이 살인한 것으로 확정되었던 사람을 발견하고 격분하여 다시 흉기를 휘둘러 중태에 빠뜨린 결과, 다시 살인미수죄로 재판을 받는 내용이 방영되었다.

드라마에서는 변호인측과 검찰측이 여러 가지 공방을 벌이면서 흥미롭게 재판을 진행하였고, 국민참여재판절차를 통하여 배심원들에게 열정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가기도 하였다. 일사부재리의 원칙, 이중위험금지의 원칙 등과 같은 법률용어가 나오기도 하고, '귀신살인사건'이라는 표현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법조인인 필자로서는 형법규정만 보더라도, 간단하게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형법 제250조는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살인죄의 객체', 즉 살인의 대상은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사람'은 '태아'와 '사자(死者, 亡人)'의 중간인 상태, 즉 분만과정에서 개방진통이 시작된 이후부터 심장이 정지하기 직전까지의 생명체를 가리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위 드라마에서 사실은 죽지 않았지만 마치 죽은 것처럼 간주되었던 사람은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전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26년을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명명백백히 '사람'인 것이다. 따라서 두 번째 살인사건에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면, 살인죄 내지 살인미수죄로 처벌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다만, 26년 전의 종전 확정판결은 명백히 잘못된 판결이므로(피해자가 죽지도 않았으므로 '살인'이라는 범죄행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 재심절차를 통하여 무죄판결을 받은 다음, 부당한 복역기간에 상당하는 형사보상청구를 받아야만 할 것이다.

물론 위 드라마는 치밀하게도 이와 같은 법률실무상의 관점까지 파악하여, 현실적으로 피의자가 남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점, 재심절차의 구조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점 등을 변호인의 입을 빌려 친절하게 설명하기도 하였다. 필자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법률관련 내용이 나올 때마다 현실과 전혀 맞지 않거나 심지어 악의적으로 법조계를 폄하하는 듯해(물론, 드라마나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거의 법정드라마나 법정영화는 보지 않는다. 다만, 위 드라마는 필자가 본 법정드라마 중에 가장 잘 만들어지고, 법률적 검토도 충분히 이루어진 드라마라고 생각하는데 종영을 얼마 남기지 않아 아쉽다. 첨언하자면, 법조인들에게 남자 주인공과 같은 능력이 있다면, 세상의 분쟁이 훨씬 더 쉽게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황당한 상상도 해 본다.


글 변호사 성창재{법무법인 솔루션 구성원 변호사, 02)591-7476}

사법연수원 제33기생인 성창재 변호사는 변호사 김기동·성창재 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했고, 중소기업은행에서 사내변호사직을 수행한 바 있다. 변호사 성창재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다, 법무법인 코리아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 솔루션에서 근무하고 있다. 2008년부터 중소기업은행 고문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금융을 비롯해 일반 민․형사 및 가사 사건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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