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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반올림은 삼성반도체 유족의 선생이 아닌 동지다

[시사브레이크 = 방영희 시민기자]

   
▲ 서울 강남에 위치한 삼성본관 앞에 게시된 삼성반도체 백혈병 해결을 촉구하는 피켓.

서울 강남에 위치한 삼성본관 앞에는 남편의 영정을 품고 66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故) 황민웅씨의 부인 정애정씨를 만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정애정씨와 함께 했기에 그녀를 볼 때면 안타깝기만 하다. 내려가는 온도만큼 정씨의 마음도 얼음장이 되어 가건만,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삼성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과 피해자 가족들이 각기 다른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가령 정애정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단지 거대 삼성자본에 맞선투쟁을 하려고 했으나, 반올림은 건강권 투쟁을 하고자 했다. 얼핏 들으면 비슷한 듯하지만, 투쟁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정애정씨를 비롯한 피해자 가족들이 느끼는 온도차는 상당하지 않았나 싶다.

정애정씨 역시 피해자가 책임감을 갖고 주체가 될 때 비로소 삼성을 상대로 한 투쟁도 그들과의 교섭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투쟁이나 교섭에 대한 확실한 방향이 잡혀야만 투쟁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거다. 이는 반올림과 같은 조직이 피해자들에겐 부족한 전문성을 뒷받침하여 투쟁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이기도 했다.

그런데 반올림은 급기야 삼성과의 교섭 과정에서 자신들이 피해주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의 위임을 받고 대리인 자격으로 참여하라’는 삼성의 교섭 전제조건에 부합하지 못해 6개월가량의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반올림과 투쟁연대를 이어가던 정애정씨는 결국 5년 전 홀로 투쟁에 나섰다. 삼성본관 정문을 사수하며 삼성의 전면에서 유족의 소릴 직접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건물 경비들에게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폭행과 폭언에 시달린 것은 물론, 고소·고발까지 받아가며 힘겨운 시간들을 외롭게 견뎌야만 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유족인 정애정씨가 삼성의 아킬레스건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강남 소재 삼성본관에서 농성을 먼저 시작했기에, 반올림 별도의 강남역 앞 농성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삼성을 상대로 힘을 모아 단결투쟁을 해도 버거운데, 반올림과 유족이 경쟁하는 모양새로 비춰져서야 되겠는가. 반올림을 상대로 유족이 경쟁상대냐고 되묻고도 싶다. 실제 정애정씨와 반올림이 각기 다른 곳에서 농성을 펼치는 통에 투쟁의 정체성이 흔들이고 있으며, 삼성에게도 우스운 꼴로 비춰지고 있다.

물론,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낸 중심에 분명 반올림 활동가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한 일이다. 물론, 반올림의 눈엔 피해자들의 생각이나 투쟁의 방식이 여러 모로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반올림 등은 피해자 가족의 선생이 아닌 동지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유족의 목소리는 언제나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더 해서 무엇하랴. 지금이라도 반올림이 삼성을 상대로 고군분투 중인 유족 정애정씨와 연대해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방영희 시민기자  webmaster@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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