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왼쪽
오른쪽
상단여백
HOME 칼럼 경영
급변하는 글로벌 제조환경에 대처하는 자세는?

[시사브레이크 = sisabreak ]

   
▲ 경제학박사 공병호

앞을 내다보는 일은 누구든지 관심을 갖는 일이다. 사람들마다 나름대로 앞을 내다보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가설검증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일이다. 어떤 이론이나 정보를 토대로 ‘앞으로 이런 저런 문제들이 이렇게 발전할 것인가’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그런 다음 가설을 입증하는 정보들을 모으기도 하고 가설을 의식을 하지 않더라도 일단 가설이 세워지고 나면 두뇌 속에 아주 작은 영역이 만들어지게 된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한 가지 정보, 두 가지 정보 그리고 세 가지 정보 등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가설은 서서히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겠구나’ 혹은 ‘이런 일이 일어나겠구나’라는 생각들이 전망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나라에 대한 전망도 그렇고 산업에 대한 전망도 그렇고 이런 가설 검증들로 미래를 전망하는 힘이나 능력을 키워가게 된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의 미래에 관한 하나의 가설 중에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 있다.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점점 그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가에 따라 우리 경제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중국의 성장률이나 금리 그리고 환율의 변동과 같은 거시 변수 이외에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점이다. 중국 특수에 힘입어 한국이 한참 잘 나가던 시절에도 이런 중국의 각각의 산업마다 자체 생산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고 그 이후에는 ‘한국이 어떤 영향력 하에 놓일 것인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대 국가가 모든 상품이나 서비스를 가능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되면 될수록 주변국들이 기술적으로 주도하지 못하는 산업을 갖고 있는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추측은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이웃 대만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경험하고 있는 심각한 경제 불황은 중국의 주변 국가들에게 큰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당이 패배를 맛본 이유도 경제문제였고 이 문제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탄탄한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가진 대만은 중국이라는 큰 시장에 부품 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협업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대만 경제는 중국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현재 대만의 대중국(홍콩 포함) 수출의존도는 40%에 육박한다. 이렇게 높은 의존도는 중국 경제의 침체는 곧바로 대만 경제의 침체를 뜻한다. 이런 문제점을 충분히 인정하더라도 대만의 고민은 더욱 더 구조적이다. 중국은 긴 시야를 갖고 기존에 수입품으로 형성된 부품 소재와 같은 중간재 시장에서 대만 기업들을 자국 내의 흡수하여 국산품으로 대체하여 자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대만 기업들은 중국 진출 초기에는 중국 기업들과의 협업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인윈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일단 대만 기업들이 중국에 직접 투자를 하고 난 다음에는 일정한 시간동안 기술이나 노하우 등이 중국 기업으로 이전되고 난 다음에는 대부분의 거래를 중국 기업으로 대체해 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은 중심에는 기술력이 떨어지는 분야에서는 가능한 앞선 타국 기업들은 유치하고, 기술력을 흡수하는 속도에 맞추어서 자국 기업으로 거래를 옮기는 것이다. 자국 사람들이나 기업들끼리 거래를 더 선호하는 일은 특별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특정 지역이 아니라 국가 간 거래로 확장되면 무시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인종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는 대만이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한국의 제조업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대만의 수출은 중국에 40% 정도를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부품이나 소재가 80%에 달한다. 전적으로 중국 기업들의 처분에 경제가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만은 기계 및 석유화학 등 경쟁 분야의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홍색 공급망에 편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남은 분야가 반도체인데 이 또한 중국이 반도체의 국산화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대만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파워텍을 인수하였다. 대만인들이 걱정과 분노가 이번 선거에서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계기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홍색공급망의 중심에는 부품 및 소재기업들이 있으며, 홍색공급망의 핵심은 “중국의 거래의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다 수행한다”는 것이다. 제조공정과 관련해서 완제품으로부터 부품 및 소재 등 모든 것을 자기완결형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홍색공급망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한 마디로 부품 및 소재 수출 기업들을 자국 기업으로 대체해 버리는 것이다.

최근에 반도체 관련 후공정에 관련하는 한 사업가를 만났다. 그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미래를 내다보는 데 하나의 사례를 제공한다. “국내투자가 자꾸 줄어드니까 중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몇 년 사업이야 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모두 중국 기업들이 거래를 차지하겠지요. 그런 걱정을 하면서도 지금의 상황이 어렵다 보니까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자본주의는 촘촘한 거래망으로 구성된다. 제조업에서 우위를 차지해 왔던 한국이나 대만과 같은 나라들의 핵심 경쟁력도 거래망을 중심으로 자국 기업들의 지역적인 이점을 가진 곳에 포진해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네트워크 구조에서 이탈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경쟁력이 낮아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은 이런 경고를 아끼지 않는다. “우리 역시 ‘혼자 다 한다’식의 중국의 공업 구조에 막혀 팔아먹을 게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 들어 10개월간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4.3% 감소했다. 가전에 이어 철강·조선이 중국에 잡혔고, 이제는 IT와 석유화학이 공세에 직면하고 있다.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대만이 더 먼저, 더 심각하게 홍색공급망에 휩쓸리고 있을 뿐이다.”

자본주의는 총총한 공급망으로 구성된다. 한국과 대만처럼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들은 지역적으로 밀집된 자국 공급망 체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원가 우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마치 머리카락이 무성한 머리를 연상해 보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무성한 머리카락이 뭉치채 빠져나가는 머리를 떠올려보자. 원형탈모증과 같은 증세를 겪는 사람들의 고민이 바로 이런 고민일 것이다.

오늘 울산과 구미가 겪는 어려움도 공급망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미지역의 불황을 전하는 한 르포 기사는 구미 불황의 실상을 이렇게 전한다. “스마트폰, LCD(액정표시장치) 등 ‘IT 산업의 수도’로 불리는 구미국가산업단지를 지탱하는 핵심 축에는 삼성과 LG가 자리잡고 있다. 3200여개의 산업단지 내 입주기업들은 이들 대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관계에 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구미 경제가 엉망이 됐다. 구미 산업단지가 침체된 것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던 중소기업들이 더 이상 납품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구미 산업단지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1차에서 3차 협력사까지 부품업체들이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들 대기업의 해외 진출은 구미 지역의 수출 실적과 협력사에도 큰 타격을 줬다”

이 땅에서 제조업을 하는 여건을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행하기보다는 대기업들도 최적 장소를 찾아 중국이나 베트남 등으로 속속 이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 입장에서 차선의 선택이긴 하겠지만 국가라는 단위를 놓고 보면 제조업의 미래가 어떻게 진행될 가를 가늠해 보게 된다. 제조업은 어떤 업종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구미와 울산이 겪는 어려움에서 생태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이런 문제에 대해 심각한 고민들은 없는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잘 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다 잘 될 것이다”는 막연한 낙관론이 여전하다.

sisabreak  webmaster@sisabreak.com

<저작권자 © 시사브레이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sisabreak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