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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와 사회의 현실과 과제는?

[시사브레이크 = sisabreak ]

 

   
▲ 공병호경영연구소 / 경제학박사

‘통치(統治)를 넘어서 협치(協治)로’ 총선이 새누리당의 대패로 끝난 이후 언론들은 저마다 “협력해서 선(善)을 이루자!”라는 논조를 쏟아내고 있다. 정치적 레토릭(rhetoric)은 아름다워야 하고 그래야 사람 마음을 움직인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 깊숙이 숨어 있는 욕망을 정확히 조준하면, 향후 1년10개월 정도의 정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람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더 냉철하게 미래를 내다볼 필요가 있다.

# 1. 

우선 새누리당의 패배에서 교훈을 얻어 보자. 야당이 분열된 상태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참모진 그리고 새누리당의 수뇌부는 여당의 압승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확신이 그들로 하여금 무리수를 두게 만들고 그것이 총선 패배로 이어지고 말았다. 새누리당은 공천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를 선거에 이기는 것에 두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어떠하였는가? 그들은 정당의 고유 목표인 선거전의 승리보다는 계파 이익에 매몰되었다. 인간이 보일 수 있는 모든 치졸함을 전 국민들에게 노출하고 말았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안하무인 식의 언행은 양식 있는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이 이한구 위원장 개인의 언행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 윗선에서 주어진 주문에 따라 무리하게 이한구 위원장이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어느 누가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성향이 비슷한 당원들조차 계파 이익이 눈을 가리게 되면 동물보다 더 할 정도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게 된다.

# 2. 

그래도 개인은 어느 정도 절제를 보일 수 있다. 자신이 내린 선택에 따라 자신에게 주어지는 비용과 혜택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단은 다르다. 새누리당만 하더라도 친박, 진박, 비박으로 나누어져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가. 결국 칼자루를 쥔 쪽은 끝끝내 상대 조직의 숨통을 끊어놓을 때까지 온갖 추태를 다 벌리고 말았다. 내가 그것을 두고 옳은가 틀리는가 아니면 치졸한 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은 이 글의 본 주제가 아니다.

우리가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은 개인이든 계파든 대단히 자기 이익에 충실하게 행동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향후 1년 10개월 동안 이 땅에서 어떤 일이 전개될 지를 예상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낭만적인 가정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이익에 충실한 개인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더욱이 1년10개월의 끝자락에는 대통령 선거라는 엄청나게 큰 떡이 놓여 있다. 정당들은 사생결단을 하고 그 큰 떡을 잡기 위해 모든 지략과 권모술수를 다 사용할 것이다. 이처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는 미래를 정확하게 볼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 정치는 지금까지와는 판이 다른 성격의 투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 3. 

일반인들이 소망하는 협치는 가능할까? 사안별로 부분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런 협치도 주고받는 거래 형식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은 2010년 6.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이후에 2012년 2.3%, 2014년 3.3.% 그리고 2015년에는 2.65의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저성장이 확연하게 진행되고 있는 경제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경제 실정에 때한 국민들의 심판 성격이 강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들이 금리를 낮추고 확장적 재정 지출을 활용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을 것이다. 한국 경제가 금리와 재정 정책으로 회생되기에는 병환이 너무 깊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래서 4대 구조개혁이란 기치를 걸고 환부를 도려내는 정책을 야심적으로 추진할 의도를 여러번 밝혀왔다. 아마도 이번에 여당이 압승을 거두었다면 개혁 입법들이 속속 통과되어 경제 활성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큰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 경제는 법안 몇 가지를 통과시킨다고 해서 나아지는 그런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 4. 

지출 구조를 재조정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에 과감하게 칼을 대는 수술이 있어야 할 시점이다. 칼을 댄다는 것은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것이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고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정치적 부담이 엄청나게 높은 정책이 바로 구조개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20여 년간 한국 경제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역대 정부에서 모두 다 알고 있었지만 감히 손을 댈 수 없었고 대고 싶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은 여당이 두 야당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킬 수 없는 상황을 뜻한다. 모든 정당은 지지기반을 갖고 있고 그 지지기반에 반하는 정책은 아무리 필요한 것이라도 선뜻 추진할 수 없다. 이런 면에서 협치는 그저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개혁 입법을 둘러싸고 지루한 협상이 진행되고 주고받기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 설령 개혁 입법이란 이름으로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날카로운 날을 가진 모든 조항들을 삭제된 채 이름만 혹은 겉모습만 개혁입법으로 포장된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상에 어디 공짜가 있겠는가” 여당이 무슨 법안을 겨우 통과시키는 허락을 야당에게서 받는다면 반드시 반대급부로 무엇인가를 제공해야 한다. 제공이란 것이 결국 세금으로 누군가를 돕는 차별입법 성격을 지닌 보조금과 같은 효과를 낳는 정책일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서 개혁다운 개혁은 이미 끝이 났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한국 경제나 사회가 한국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을 뜻한다.

#5.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을 여기서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권에 도입이 될 수 있다면 내놓고 이야기하기 쉽지 않지만 현재 집권당의 경제성적표가 나쁘면 나쁠수록 야당에게는 유리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말도 안 된다고 질타할 수 있지만 실상이 그렇다. 상대방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우리가 이득이 되는 경우가 세상에는 많지 않는가! 정치판이 원래 그런 곳이다. 여당이 경제에서 죽을 쓰면 야당은 당연히 “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주장으로 표심을 파고들 수 있다.

2012년에 경기가 후퇴하기 시작한 이후에 5년 동안 상황이 계속 악화되어 왔다. 봉급을 받는 사람들은 체감을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경제 주체들은 고통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이 2년 정도 더 간다면 야당으로서는 호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구도라면 박근혜 정부가 주도적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여지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어떻게든 협상을 통해서 뭔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누구 좋으라고 우리가 선뜻 협조해 줄 수 있는가?”라는 이야기를 내심 갖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마땅히 옳은 일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것과 실제로 옳은 일을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야당의 인센티브 구조를 들여다보면 야당이 현재 집권층이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다. 먼 사례를 들 필요는 없다. 외환위기의 전운이 짙게 드리웠을 때 당시의 야당은 기아자동차 문제와 노동시장 개혁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였다. 그리고 표에 도움이 된다면 반시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불사하였다. 시간을 끌면서 집권층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타격을 주는 행태를 보였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정권을 창출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협력해서 선(善)이 된다”는 것은 멋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현실 정치에서 가능성은 낮다. 한국은 고질적인 문제들을 거의 해결하지 못한 채 차기 정권으로 많은 과제들을 넘기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제들에 과부하가 걸리면 얼마간은 견뎌내겠지만 결국은 통제할 수 없는 임계점에 직면하고 말 것이다. 그런 폭탄 때문에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은 아마도 다음 정권을 쥐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보다 빨리 올 수 있지만 나는 그 가능성은 낮게 본다. 외부에 잘 나가는 것처럼 우리는 포장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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