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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불안] 자영업 시장으로 내몰리는 중·장년층

[시사브레이크 = 김수정 기자]  

#사례. 작년까지 중견 무역회사에 근무하던 한모씨(54.남)는 경기 악화로 인해 사직을 제의받고 고민 끝에 직장을 나왔다. 아직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한씨는 고민하던 중 유명 치킨가게 체인 가맹점을 냈다. 동네 장사지만 인근에 체인 가맹점도 없고, 목도 나쁘지 않아 생계유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창업한지 1년이 지난 지금 한씨 가게 인근엔 10개 가까이 되는 경쟁 치킨가게가 생겨났다. 한씨는 사업 초창기와 달리 과열경쟁이 벌어지면서 수익이 줄어들자 장사를 해야 할지 말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산 일대에 위치한 치킨집 (사진은 해당기사와 무관, 시사브레이크 DB)

실제 많은 은퇴자들이 재취업의 길이 좁아지자, 자영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은퇴 후 재취업이 힘들어지자 최소 생계유지를 위해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영업 시장이 과열경쟁 양상을 띠면서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영세업체들은 경기침체를 버티지 못하고 개업한지 1년안에 폐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직원 없이 일하는 나홀로 자영업자와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가 2년 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30세 미만 청년 자영업자 수는 오히려 줄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8일 발표한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비임금근로자 수는 685만7000명이다. 2년 전 보다 2만8000명(0.4%) 증가한 수치다. 비임금근로자에는 자영업자와 여기서 일하는 무급 가족종사자가 포함된다, 가족 종사자를 제외한 자영엽자 수는 569만7000명으로 2년 전보다 4000명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수가 늘긴 했지만 증가 속도는 전반적으로 둔화했다. 전체 취업자 중 비임금근로자 비중이 25.6%로 2년 전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직원 없이 일하는 나홀로 자영업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413만7000명)가 2015년에 비해 11만1000명(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155만9000명)가 3만6000명(-2.3%) 줄고 무급 가족종사자(116만명)가 4만7000명(-3.9%)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나홀로 자영업자 비중(60.3%)은 2008년 8월 이후 9년만에 최고치다. 인건비를 부담하며 직원을 두지 못한 채 본인과 가족의 힘만으로 사업을 꾸리는 영세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지난해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늘었는데 이들이 생계 유지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자영업자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임금근로자 가운데 60대 이상 비중이 29.3%로 나타났다. 2년 전과 비교해 14만1000명(7.5%) 늘었는데 전 연령층에서 60대만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청년층(15~29세) 비임금근로자는 같은 기간 2만7000명(-10.9%) 줄면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52.8%로 2015년보다 7.5%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절반 가량이 산재보험에 미가입한 상태다. 국민연금 가입률은 같은 기간 3%포인트 오른 73.3%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달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특수고용 종사자 및 자영업자의 고용·산재보험 가입률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비임금근로자의 평균 사업 운영 기간은 13년 11개월로 2년 전과 같았다. 한 주간 실제로 일한 시간을 뜻하는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47.8시간으로 0.2시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사거리 먹자골목에는 손님들 발길을 뚝 끊긴 채 시름에 잠겨 있는 골목상권. (시사브레이크 DB)

통계청 관계자는 “치킨전문점은 원래 표준산업분류상 피자·햄버거와 함께 하나의 항목군으로 분류된다”면서도 “하지만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현재 치킨집만 별도로 집계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치킨집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창업에 몰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영등포 소재의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남, 55)는 “은퇴 후 가정의 생계를 위해선 수입이 있어야 하는데 나이가 있어 재취업이 힘들다”라면서 “생계유지를 위해선 남은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해야 했는데, 나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치킨집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성공 가능성보다는 생계유지를 위한 고육지책이었고, 치킨집 창업 분위기에 휩쓸린 경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2013년 중소기업청 실태조사에서 자영업으로 뛰어든 동기를 묻자 ‘생계유지 위해서’를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82.6%에 달했다. 이들 중에서 재취업 등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자영업을 시작한 비율은 2007년 79.2%, 2010년 80.2% 등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영업의 포화상태다. 한정된 내수 시장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창업한 자영업자들 간 경쟁이 과열양상을 띠자 창업에 실패하고 문을 닫는 사례 또한 급증하고 있다. 문만 닫으면 다행이다. 최초 사업자금은 대부분 탕진하는 것도 모자라 은행 빚에 허덕이는 일까지 준비되지 않은 소자본 창업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과도한 경쟁에 문을 닫는 자영업자의 수가 늘어나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창업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없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을 위한 근본적인 지원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 때문에 은퇴자들이 자영업으로 내몰려 자영업 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는 지금, 은퇴자들을 위한 재취업 프로그램 개선과 임금피크제, 일자리 나누기 등 고용대책등 지금까지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들도 다시 한 번 재검토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영업의 과열경쟁과 폐업에 대한 안정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임금피크제로 인한 ‘쉬운해고’로 중·장년층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수정 기자  sjkim@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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