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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세주택=로또전세? 시프트 수백채 주인 없이 방치

[시사브레이크 = 이선미 기자]  

주변 시세보다 20% 저렴한 전세 보증금으로 최장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일환으로 구축된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붙여진 ‘강남권의 로또전세’란 별칭도 이젠 옛말이다. 한 채당 10억원에 가까운 2007년 도입된 장기전세주택 제도에 힘입어 조성된 강남 재건축 아파트 수백 채가 1년 가까이 깡통으로 방치되면서 보증금 사정 기준 등 관련 제도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까다로운 자격요건 완화 시급

17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입주자 모집공고에 들어간 강남 장기전세주택 물량 중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가 64가구 공급에 50가구만 신청해 미달됐다.

특히 장기전세주택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싸게 장기 거주할 수 있는 ‘로또전세’로 알려지면서 전문 브로커까지 동원돼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청약 자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전세금 때문에 강남권에서는 세입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앞으로 2~3년간 강남 재건축 물량과 함께 장기전세주택도 추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강남권 장기전세주택의 대규모 미달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에 장기전세주택 모집에서 미달이 발생한 래미안신반포팰리스는 잠원대림아파트를 재건축한 최고 35층 총 7개동 843가구 단지다. 3호선 잠원역에 위치한 인기 역세권 아파트로 일반분양 물량 126가구는 2013년 분양 당시 25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순위 내 청약을 마감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입주를 시작해 전용 84㎡가 지난해 10월 15억원에 거래됐고 동일 평형의 전세금은 8억5000만~9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단지 장기전세주택 물량 81가구 중 무려 64가구가 지금까지 비어있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신청 자격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래미안신반포팰리스의 장기전세주택 전세보증금은 전용 59㎡ 기준 6억88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3인 가족 기준 월소득 480만원 이하, 부동산 자산 2억1000만원 이하로 신청 자격을 제한했다. 또 단독 가구주는 전용 40㎡ 이하 주택만 신청이 가능해 자격이 되지 않는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반포·잠원 지역 새 아파트 전세에 비해 절대적으로 비싸다고는 볼 수 없다”라면서 “다만 장기전세주택 요건에 맞추면서 이 돈을 내고 살 만한 사람 찾기 힘들다 보니 미입주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규모 미입주 사태 부담 고스란히 ‘SH'로

결국 래미안신반포팰리스의 장기전세주택 물량은 지난해 4월에 이어 11월 입주자 모집에도 미달이 발생해 다음 공모가 예상되는 올 4월까지 최소 14가구가 1년 가까이 빈집으로 방치될 운명이다. 한 채에 10억원만 잡아도 이 단지에서만 15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가 공실로 비어 있게 되는 셈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모집공고에 나선 장기전세주택 1772가구 중 한 차례 이상 미계약된 물량은 강남권에서만 112가구에 달해 시가 1000억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가 미입주 상태로 남게 된 것으로 추산된다. 미입주 물량에 대한 관리비도 고스란히 서울주택도시공사의 몫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가 돈 들여서 확보한 장기전세주택을 공실로 비워 놓으면 손해”라면서 “1·2차 모집에서 입주자를 모집하지 못했으면 반포 잠원 지역 특성을 감안해 입주자 재산 조건을 지금보다 완화하는 등 출구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역삼동 역삼자이도 2015년 11월, 2016년 4월에 이어 삼수 끝에 지난해 11월 모집에서 순위 내 청약 마감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도 지난해 4월 모집 후 재모집해 11월 모집에는 29가구 공급에 34명이 신청해 겨우 미달을 모면했다.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순위 내 청약 마감했지만 계약 포기나 부적격자가 나올 수 있어 오는 3월 실제 계약 이후 미달 물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남 재건축 물량 중 올해 4월에는 서초삼호1차를 재건축한 서초푸르지오써밋(63가구), 10월에는 서초 우성2차를 재건축한 래미안서초에스티지S(91가구)가 기존 미계약분과 함께 장기전세주택으로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장기전세주택 운용이 다소 버겁다는 표정이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장기전세주택 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세금이 고스란히 공사의 부채로 잡혀 정작 기관평가에서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 대규모 공실에 따른 관리비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공사 관계자는 “신청 자격을 완화하는 등 서울시와 함께 장기전세주택 제도 개선에 대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시프트 보증금 산정 기준 정비 시급

최근 장기전세주택의 가격 상승폭이 일반 전셋값을 추월하는 것도 깡통전세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에 대해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보증금을 재산정하는 과정에서 반영비율을 80%에 가깝게 높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송파구 송파동 ‘송파 래미안 파인탑’ 53㎡형 장기전세주택의 경우 2011년 최초 입주 당시 보증금이 1억5400만원 정도로 주변 시세(2억8,000만원)의 55~60%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공고에서 책정된 보증금은 3억8400만원으로 현재 거래 가격(5억원)의 77%까지 올랐다. 래미안 그레이튼 59㎡ 장기전세주택의 주변 시세 반영률은 최근 75%를 넘어섰고 반포자이 59㎡형은 78%대로, 서초교대 e편한세상 59㎡ 역시 76%로 상승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장기전세주택 보증금에 대한 정확한 기준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장기전세주택의 보증금 산정 기준은 주변 전세가격을 고려해 80% 이하에서 결정된다고만 규정돼 있지 하한선은 정해져 있지 않다. 아울러 ‘주변’이라는 기준 등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정리돼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전세주택은 주변보다 싸게 공급되는 만큼 혜택이 적거나 많다는 지적에 늘 시달릴 수밖에 없다”라면서 “모호한 장기전세주택 보증금 산정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정리해서 수요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선미 기자  sunmi@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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