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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도로공사, ‘결빙’ 교통사고에 사실상 ‘뒷짐’

[시사브레이크 = 안중열 기자]

겨울철이 되면 전국 주요 고속도로에서는 결빙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일어나는데, 일반 운전자들은 소위 ‘운이 없어 사고가 났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물론, 기후이상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로가 결빙될 수 있고, 그 시점에 운전자 차량이 미끄러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당국의 제설 및 결빙도로에 대한 관리 소홀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것도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면, 전국 도로를 관리하고 있는 도로공사 측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도로공사 측은 사람이 죽지 않고 크게 다치지 않거나, 도로시설물이 심하게 훼손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교통사고 일지에는 기록조차도 남기지 않는 등 총제적 관리부실을 드러내고 있다. 예측가능한 사고조차도 방지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월2일 경기도 이천 소재의 한 공업사에는 설 명절 동안 사고로 인해 접수된 차량이 가득 들어차 있다.

▢ 기자도 견인 기사도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심각하게 인식

설명절이 마지막 날 지방 세미나 일정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던 지난 1월31일 오전 7시40분경. 기자는 영동고속도로 77.0K~78.0K 부근에서 실제 직접 결빙도로에서 미끄러져 중앙차벽을 수없이 박으면서 100미터가량을 미끄러진 채 가까스로 차를 세웠고, 뒤이어 스타렉스 차량이 수차례 돌아서 두 차선을 막아서는 아찔한 현장도 목격했다. 견인차량이 도착할 때까지 느꼈던 공포는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량 기사는 기자에게 인근 지역에서만 20여 년 가까이 같은 일을 해왔고, 최근 몇 년간 겨울철만 되면 비슷한 지점에서 결빙도로에서 미끄러진 차량을 견인하는 횟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로공사의 겨울철 도로관리 부실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기자는 사실 확인 차 인근 지역의 견인차량 기사들을 수소문했고 복수의 기사들로부터 결빙도로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

아울러 내근 중인 동료 기자들을 통해 인근 견인차량 업체들을 상대로 관련 내용에 대해 확인한 결과, 해당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결빙에 따른 교통사고가 단순히 의혹제기로만 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일단 기자는 2월2일 정보공개청구 시스템을 이용해 도로공사 측에 공식적으로 자료를 요청했고, 정보공개 마감시간이 임박한 13일이 돼서야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이마저도 의혹을 해소하기엔 턱 없이 부족했다.

▢ 도로공사, 최근 5년 간 결빙도로 교통사고 건수 제로?

Q. 경찰청 집계와 달리 고속도로 교통사고 상황에서 매번 도로공사 직원이 교통통제를 하러 현장에 나오기 때문에 집계돼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최근 5년간 해당 고속도로 교통사고 건수 중 상기 건수 중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A. 최근 5년간 해당 고속도로 교통사고 건수는 총 36건이었고, 이중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0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동절기(11~3월) 중 이천 나들목 인근 (전후방 3km) 지역)

일단 도로공사 측의 답변 중 ‘도로결빙으로 인한 사고건수 제로’라는 정보공개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었다. 당일 기자의 차량에 이어, 해당 지점에서 스타렉스 차량이 다섯 바퀴 정도를 돌아서 미끄러진 게 도로결빙에 따른 교통사고가 아닌 운전자 과실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응당 경찰조사를 받아야 하고 도로 중앙차벽을 부딪히며 발생시킨 피해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자는 경찰조사를 받지도 피해물 책임도 지지 않았다.

▢ 사람 안 죽고 도로시설물 괜찮으면 사고기록조차 안 해

이에 기자가 정보공개청구 시스템을 통해 재차 이의신청을 하자, 도로공사 측은 ‘교통사고 기록·관리는 인명피해, 시설물 피해의 정도에 따라 관리하고 있으며, 경미한 사고발생 후 운전자 스스로가 사고처리를 주도적으로 한 경우 등외급 사고로 분류하여 별도의 사고기록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 않고, 시설물이 파손되지 않으면 경미한 사고로 기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 통제를 위해 나온 직원은 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현장엔 취재차량과 스타렉스 차량이 도로를 1~3차선까지 통제됐고, 그 사이 뒤따라온 차량이 연쇄추돌에 따른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도로공사 측은 추돌사고나 인명피해 등이 발생하지 않았으니 해당 사고는 업무일지에 기록할 가치도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유사 시간대·장소서 동일사고 반복돼도 ‘뒷짐’

앞서 언급한 도로결빙에 따른 교통사고는 겨울철인 12월~2월 사이 유사 시간대에 동일 구간에서 지속적으로 차량이 미끄러져 차량이 파손되고 연쇄추돌의 위험성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참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도로통제를 위해 현장에 나간 직원이 단순히 대물이나 대인피해가 아닌 경우엔 사고를 기록조차도 하지 않는다. 도로공사 측이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상습구간에 대해 예산집행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도로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힘든 이유다.

자동차나 운전자가 도로에서 정해진 정규속도에 따라 운행 중, 노면의 요철이나 웅덩이, 맨홀뚜껑 결함, 블랙 아이스, 낙하물 등을 방치하거나 부실관리로 인해 차량이 미끄러지거나 넘어지거나 부딪혀 교통사고나 안전사고에 대해 당국은 책임을 져야 하지만, 사고 자체가 기록이 되지 않으니 면책받을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국민 중 누가 죽고 다치거나 도로물 파손 등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을 때만이 ‘교통사고’라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 이 문제를 도로공사 이천지사만으로 한정지을 수는 없다. 전국의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도로공사 전체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등 심각한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 도로공사 부실기록에 예방 못한다

한편, 사고현장에 나간 도로공사 직원이 교통사고 발생 시 대인과 대물의 피해정도에 따라 개인적 기준으로 사고기록을 남기는 상황 때문에 유사 사고가 줄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도로공사 직원은 “우리 공사의 고속도로 교통사고 기록물이 제대로 관리되고 공개될 때, 이를 접한 운전자들이 안전운전에 대해 조금이라도 신경을 더 쓸 것”이라면서 “그런데 사고건수가 한 건도 없으니, 운전자들이 빙결로 인한 고속도로 교통사고가 어느 지역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는지 알 길이 없지 않겠느냐”라고 되물었다.

향후 사고가 난 운전자의 구상권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A 손해보험사 법무팀 관계자는 “사실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경우 도로공사를 상대로 종종 구상권 청구를 하게 되는데, 교통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 된다”라면서 “그런데 도공 측이 유리한 자료만을 기록해두고 있어, 재판부에서 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라고 꼬집었다.

도로공사 이천지사 관계자는 “인명피해, 시설물 피해의 정도에 따라 교통사고 기록과 관리를 하고 있으며, 경미한 사고발생 후 운전자 스스로가 사고처리를 주도적으로 한 경우 등외급 사고로 분류하여 별도의 사고기록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라는 원론적인 해명에 급급했다.

이에 “사람이 죽을 때만 교통사고가 되는가”, “사고기록만 제대로 관리해도 사고가 어느 시점에서 발생하는지 예측가능한 상황이지 않는가”, “제설 및 결빙 제거작업에 편성된 예산은 집행하는데, 형식적인 예산집행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닌가” 등의 문제를 제기하자, 이 관계자는 “현재 사고기록 관리시스템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 개선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안중열 기자  jyahn@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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