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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본성까지 거세당한 당신의 자녀는 안녕들 하십니까

[시사브레이크 = 안중열 기자]

아무리 취업이 어렵다고 한들, 고3 수험생보다 더한 통제까지 수차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설 학원 취준생(취업준비생)의 억압된 일과를 접하면서 어이가 없다가도, 이게 현실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만이 취준생이 아닐 터. 그래서 취업에 대한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청년전략스페이스의 ‘청년, 살려야한다’ 퍼포먼스 현장.

1. 왜 본성을 거세당하면서까지 학원을 찾나.

기자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친구들 대부분이 학원에 갈 형편도 안 됐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친구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았었다. 그 시절엔 수업 잘 듣고,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잘 활용하는 등 보충공부에 충실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생각도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학원에 가서 앉아있는 시간이 공부하는 시간으로 둔갑되고 있다. 자라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결국 엄마가 만들어준 스케줄에 맞게 자라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다. 이 아이들이 자라 취업을 앞두고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게 몇 개나 있을까.

어릴 적부터 본성을 거세당한 아이들은 각종 시험준비를 위해 학원에 들어가면서 연애금지, 휴대폰 압수, 남녀 착석 금지 등의 규율에 철저하게 통제된다.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다. 그럼에도 이들이 꿋꿋하게 버틸 수 있는 건 어릴 적 학습효과일 것이다. 자신의 본성과는 무관하게 휘둘려 생긴 습관 정도로 보면 되겠다.

지금 공교육 기관은 그동안 줄기차게 외쳐온 학생인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하여 아이들 선택에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문을 두드리는 시점이 되면 진짜 냉혹한 현실에 직면한다. 자신의 인권을 포기하고 공무원이나 의사, 약사 등이 되면, 이들은 본전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은 절대 자신들이 틀어쥔 특권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이들이 비정규직 보호가 역차별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정부의 정규직 정책은 급격히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반대로 이들이 취업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결국 승자독식의 논리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현실은 가정에서 비롯됐다.

청년전략스페이스의 ‘청년, 살려야한다’ 퍼포먼스 현장.

2. 취업능력이 안 되나, 문이 좁은 건가.

최근 일부 청년들은 장미족, 삼포세대, 달관세대, N포세대 등 각종 신조어들이 쏟아질 정도로, 청년 스스로 자신들을 심각할 정도로 부정적이다.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청년의 노력부족’이라는 프레임 공세에 결국 스스로 발목이 잡힌 셈이다. 아무래도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출구를 찾기보다는 스스로를 내려놓는 것이다.

2년 전 노량진에서 열린 ‘청년, 살려야한다’는 청년전략스페이스의 퍼포먼스 현장을 찾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들의 퍼포먼스는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항변을 하는 동시에 냉혹한 현실에 대한 절규가 이어졌다. 일부 기성세대 중에는 “퍼포먼스 하면서 웃고 떠드는 시간에 취업준비나 하라”는 비아냥거리더라. 취업난의 사회책임을 고스란히 청년들에게 전가하자,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못한 채 시선을 떨구는 모습도 여럿 보였다.

이들은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공무원·의전원·토익 등을 준비하는 친구들의 모습과 무엇이 다를까.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이 퍼포먼스에 참여한 친구들보다 더 노력했을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노력하는 젊은 친구들이 힘들게 취업준비를 한다는 항변과, 학창시절 놀고먹다가 노력도 없이 취업을 시켜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공존해서다.

인간 본성까지도 스스로 거세당하는 청년들이나 취업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청년들 도두 힘겨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는 돈이 있어 기숙학원에 들어간다고, 취업이 안 되는 사회구조의 문제를 지적한다고 손가락질을 할 수 없고, 그럴 자격도 없다. 지금의 실업난은 우리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긴 터널일 뿐이다.

훗날 내 자식이 취업 안 된다고 목청을 높이든가 어느 취업학원에 틀어박힌 채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시라. 남의 집 아이들도 결국 내 아이와 같은 현실에서 같이 호흡을 하고 있다. 현재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취업문턱을 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청년들의 모습이 곧 우리 아이들의 미래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안중열 기자  jyahn@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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