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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대병원의 백남기 농민 사인 ‘병사→외인사’ 변경을 보고

[시사브레이크 = 안중열 기자]

안중열 기자

서울대병원이 윤리위를 열어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를 기존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한 데 이어,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이번 사인 변경을 두고 여론을 의식한 듯 정치적 변화, 즉 정권교체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단서를 달았다.

과연 그러한가. 총장 등 지휘부가 공안통치에 적극 협조하면서 백남기 선생의 비극을 불러오지 않았나. 사실 전국 시민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고가 많은 일선 경찰들은 누구의 편에 서야하는지 잘 안다. 그러나 지휘체계상 불가피하게 시민과 대치하곤 한다.

돌이켜보면 서울행정법원은 당시 농민들의 집회를 허용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법을 지켜야하는 경찰은 불법적으로 농민들의 앞을 막고 거기에 저항하는 농민들을 연행까지 했다. 그 과정에서 백남기 선생이 물대포를 맞고 사망하기에 이른다.

경찰을 정부의 ‘견찰’이라고 말하는 것을 본인들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부끄러움이 없이 국민들보다 권력자들의 편에 서서 국민들을 막고 있는 이 상황이 참 답답하고 화가 난다. 그리고 명백한 외인사를 병사 처리한 서울대병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경찰이 시민의 편에 서지 않고 대치한 것처럼, 대한민국 대표 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 역시 사인을 두고 정치공학적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이를 뒤집고 다시 사망진단서에 기록된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됐다.

백남기 선생과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첫 단추로 사인이 바로 잡힌 건 환영할 만하면서도, 그게 단순히 정권교체에 영향을 받았다는 건 매우 씁쓸한 대목이다. 그들의 정치적 판단으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돼왔을까를 생각하면 말이다.

물대포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좋다. 꼭 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런데 특정사건에 몰입되면 구제해줄 다른 누군가를 놓친다. 문재인 정부는 백남기 선생의 사건뿐만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휘둘려왔던 공권력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아울러 검찰이나 경찰 등 사법당국과 의료기관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설마, 이 글을 보고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이 누구냐고 우문하지는 않겠지. 지금까진 시민이 나서서 주장했지만, 실은 그게 국가의 역할 아니겠는가.

기자는 그저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아 마땅한 일개 시민일 뿐이고.

안중열 기자  jyahn@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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