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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靑-여론 동시압박’에 결국 ‘백기’…검찰개혁·국정운영 ‘올스톱’

[시사브레이크 = 조필만 기자]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명으로 생각하고 국민의 여망인 검찰 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를 반드시 이루겠다. 저의 오래 전 개인사는 분명히 저의 잘못이고 죽는 날까지 잊지 않고 사죄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청문회에서 제 칠십 평생을 총체적으로 평가해 주시기 바란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11시 자청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가질 때만 해도 자진 사퇴를 일축하며 했던 말이다. 강제 혼인신고 사실과 아들 학칙 위반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기고문과 저서 속 왜곡된 성(性)인식 논란과 관련해선 “전체 맥락을 봐달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던 안 후보자는 이날 오후 8시40분경 입장문을 통해 “오늘 이 시간부로 법무부 장관 청문후보직을 사퇴한다. 저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직을 내려놓는다”며 자신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 파산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강제 혼인신고, 여성비하적 발언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사죄하고 있다.

▢ 안경환-靑, 강제혼인신고 두고 ‘진실게임’

이 때문에 오전 기자간담회부터 오후 사퇴 발표까지 약 9시간40분만 간 안 후보자의 심경에 있었던 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급속도로 악화되는 여론과 함께 안 후보자의 강제 혼인신고 인지 여부를 두고 벌어진 청와대와 안 후보자 진실공방이 결정적이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후보자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강제 혼인신고 관련 의혹을 민정수석실 검증 과정에서 대부분 해명했고 2006년 국가인권위원장 취임 전 사전검증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해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안 후보자의 간담회가 끝난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던져진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안 후보자가 왜 그렇게 말씀했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라면서 “재차 확인한 결과 청와대 입장은 인사 발표 전 그 논란에 대해 몰랐다. 언론을 보고 알았고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 靑, 진실여부 떠나 향후 인사에 부담↑

일각에서는 안 후보자가 청와대의 이 같은 반응에 부담을 느끼고 사퇴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기자간담회까지 열며 국민 앞에서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가겠다고 공표한 인물이 갑자기 사퇴를 발표한 배경에는 청와대와 엇박자가 나타나는데 따른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진실공방 과정에서 사실상 청와대의 자진사퇴 압박에 대해 받아들였다는 관측도 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몰래혼인신고’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하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안 후보자의 강제 혼인신고 전력에 대한 사전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청와대는 향후 인사과정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안 후보자의 말이 맞는다면 청와대는 강제 혼인신고 전력을 알고서도 안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고, 청와대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안 후보자에 대한 신원 검증이 부실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안 후보자의 혼인 무효 사실은 가족 재적등본에도 적시된 사안이다. 또한 안 후보자가 2006년 국가인권위원장에 임명될 때의 검증 자료도 면밀히 살펴봤다면 대처할 수 있던 일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 부분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라면서 “특별히 받은 2006년 당시의 자료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靑, 검찰개혁·국정운영 ‘급브레이크’

앞서 청와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주민등록법 위반(위장전입),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흠결 등을 미리 털어놓으면서 만약에 있을 논란을 억지해왔지만 지난 11일 인사 발표 당시 안 후보자 신상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강제 혼인신고 전력은 일반 국민 정서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로, 국민 여론의 역풍을 받을 수 있는 사안임을 청와대에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상대방 몰래 혼인신고를 하는 행위는 그 자체가 위법으로 안 후보자는 40여년 전 재판까지 받아야 했다. 법학자 출신인 안 후보자는 법무부 수장으로서 법을 준수하고 법무 행정에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도덕적 잣대가 누구보다 크게 드리워진 인물이다.

“국민의 뜻대로..”라고 밝혔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부정적 여론이 이만큼일줄 예측을 못했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이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지명을 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공교롭게도 안 후보자의 사퇴는 전날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장관 인사에 대한 철학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라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 의지를 드러냈다. 강 후보자 사례뿐 아니라 장관 임명권자는 대통령인 만큼 국회 청문회는 참고로 하되 국민 여론을 보아 인선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안 후보자는 자진 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여론과 청와대의 동시 압박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야3당이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따른 다른 내각 후보자들의 의혹이 이어지자 인사담당에 책임이 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인사검증에 문제를 제기했다.

▢ 조국 수석 책임론 불가피…文대통령 리더십 시험대

이러한 인사 난맥에서 안 후보자의 서울대 법대 제자로서 법무부 장관 인선에 주요하게 관여했던 조국 민정수석도 이번 낙마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이미 청와대가 ‘고위 공직자 배제 5대 원칙(병역면탈·논문표절·부동산투기·위장전입·세금탈루)’을 파기한다는 이유로 야당의 공세를 받는 상황에서 안 후보자 사퇴로 인선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마저 이날 “안 후보자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짧은 논평을 내며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더욱이 조 수석과 안 후보자는 비법조인 출신으로 문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을 수행할 인물들이었다. 새 정부 상징이었던 검찰개혁의 수장 법무부 장관에서 첫 낙마 사례가 나타나면서 문 대통령의 국정 동력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후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때까지 법무부 수장은 공석이다.

안 후보자도 사퇴 입장문을 통해 “저는 비록 물러나지만 검찰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는 꼭 이루어져야한다”라면서 “저를 밟고 검찰개혁의 길에 나아가십시오. 새로 태어난 민주정부의 밖에서 저 또한 남은 힘을 보태겠다”라며 검찰개혁 중단에 따른 우려감을 담았다. 청와대 조각(組閣)이 진통을 겪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은 취임 한 달여 만에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조필만 기자  filmanjo@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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