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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유족·시민단체 “이철성 청장, 알맹이 빠진 사과”

[시사브레이크 = 서태건 기자]  

유족 “무엇을 왜 사과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투쟁본부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과일 뿐”

전농 “이 청장 사퇴, 책임자 처벌 필요”

앰네스티 “진상 규명과 배상, 재발 방지해야”

고 백남기 농민의 장녀인 백도라지 씨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참고인 신분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이철성(59) 경찰청장의 고(故)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사과 발언을 들은 유족과 시민사회·인권단체는 16일 ‘진심이 빠진 사과’로 규정,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백 농민의 딸 도라지(35)씨는 이날 “돌아가신 것을 애도하며 사과한다고 하지만 뭐를 잘못해서 사과한다는 내용이 없다”러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기 보다는 알맹이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을, 왜 사과한다는 말이 없는 상황에서 뭘 받아들여야 할지를 모르겠다”라면서 “사과하겠다고 기왕에 마음을 먹었으면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충분히 고려를 해야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지적했다.

백씨는 “서울대병원에서는 어제 직접 찾아와 사과를 했다. 일의 경중을 비교해보면 서울대병원에서 발생한 문제는 치료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경찰의 경우에는 직사 살수를 한 가해자에 속한다”라면서 “19개월 만에 사과를 하면서 왜 사과가 늦어졌는지, 기존에는 사과할 수 없다고 하다가 어째서 입장을 바꾸게 된 건지 등을 말해줘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살수차를 일반 집회에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 특수 또는 폭력집회를 경찰이 판단해 대응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묻고는 “직사살수에 대한 언급도 없었으며 저희를 찾아오지도 않고 원격으로 받은 알맹이 없는 사과였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노력이 있다면 달리 생각해볼 수는 있겠다”라면서 “강신명(53) 전 경찰청장의 경우 재임 시절 일어난 일에 대해 아무런 할 말이 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고(故) 백남기씨와 유족에게 허리를 굽혀 공식 사과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등 여론도 이 청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성명에서 “이 청장의 말에서는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취임 이후 백씨 국가폭력 살인 사건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사과는 커녕 단 한 번도 경찰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을 말하는 자리에서 유족이 아닌 기자들에게 사과를 하는 것 또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라면서 “경찰이 진정으로 고인을 애도하고 유족에게 사과를 하겠다면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청장 또한 강제 부검을 시도했던 책임자로서 자유롭지 않다. 자체적인 진상 조사 결과와 징계에 대한 계획을 밝혀야 할 것”이라면서 “국회와 법원의 요구에도 아직까지 제출되고 있지 않은 사건 당일 청문감사보고서도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논평을 내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진정한 사과는 이 청장의 사퇴이며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적 처벌”이라면서 “오랜 시간 유족들과 투쟁본부는 경찰의 변명과 여론 호도, 부검 시도를 이겨내 왔지만 오늘 아무 쓸모가 없는 사과만 받았다. 책임자 처벌 없이 형식적인 겉치레 사과로 국면만 넘기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역시 논평을 내고 “경찰이 이날 밝힌 입장이 책임 있는 사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백씨 사망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추궁, 효과적인 배상,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혁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앰네스티는 “살수요원을 비롯해 현장지휘관, 구은수(59) 전 서울경찰청장, 강 전 청장 등에 대해서도 포괄적이고 철저하게 진상 조사를 진행해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면서 “청문감사보고서도 법원에 제출해야 하며 현재 보유 중인 모든 물대포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통해 지속 사용 여부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서태건 기자  teagun@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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