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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마크롱, 대권 이어 의회권력까지 장악…원동력과 향후 전망은?

[시사브레이크 = 안중열 기자]

대선 후보로 나설 때만 해도 정체성이 없다는 조롱 섞인 평가를 받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거대양당의 유력 대권 주자를 꺾고 지난 5월 대통령에 취임한 데 이어, 한 달 후 치러진 총선에서도 과반의 압승을 거두며 의회권력까지 장악하는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마크롱 신당은 기성 정치권의 프레임을 깨고 새로운 정치를 목표로 공천자의 절반을 정치신인으로 채우는 초유의 실험을 단행, 프랑스 의회를 ‘젊은 피’로 수혈시켰다. ‘이단아’ 소리까지 듣던 그의 성공 원동력은 어디에 있으며, 향후 당면한 과제는 무엇일까.

프랑스 총선 2차 결선투표가 18일(현지시간) 오전 시작된 가운데 북부 르 투케의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 거대 양당구도 완전히 뒤엎다

마크롱은 신당 ‘전진하는 공화국’ 출범 당시 중도를 선언하면서 정체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마크롱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정치·경제·사회 자유 촉진을 목표로 한 새로운 정치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기성 정치권은 그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조롱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선과 총선을 통해 그의 말이 단지 허언이 아니라는 걸 입증했다. 노동과 사회복지 등 사회경제정책의 틀이 좌·우로 구분됐던 프랑스 정치권은 ‘실용’을 전면에 내세운 신당의 거센 도전을 받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창당자인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 치러진 1993년 총선에서 직전의 278석에서 56석으로 추락했다가 힘겹게 회생한 적이 있는 사회당은 회생은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자칫 폐족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사회당 정부(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가 장관으로 발탁해 대권 도전의 기회를 제공한 20대 시절 사회당원이었던 마크롱이 ‘운명의 장난’처럼 자신의 친정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 정치신인 대거 투입해 모호한 ‘전진’ 호응 이끌다

작년 ‘전진하는 공화국’이 출범할 당시만 해도 기성 정치권과 현지 언론들로부터 “전진? 어디로 전진할 건데?”라는 식의 비판이 쏟아졌었다.

실제 프랑스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는 지인들은 마크롱의 대권 도전 직후 이구동성으로 “좌와 우로 구분되는 프랑스 정치권에서 중도를 표방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자, 동의를 얻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현지 분위기상 마크롱이나 그의 신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분명하지만 권력재창출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냉소와 조롱에 가까웠던 현지의 평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진하는 공화국’의 총선 승리는 마크롱 개인에 대한 지지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신당의 정치실험을 지켜보겠다는 유권자들의 판단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진하는 공화국’은 프랑스 정치사에선 최초로 절반을 정치 신인으로 채우는 초강수가 주효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참패의 결정적 원인이 된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의 세비 횡령 스캔들에서 배경을 찾을 수 있다. 가족들을 보좌관으로 허위 채용해 혈세로 공금을 챙겨준 이 사건이 기성 정치인들의 도덕적 해이와 대중과 특권층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감으로 나타났고, 피용은 ‘집권 1순위’의 유력주자에서 부패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추락했다.

‘전진하는 공화국’은 피용 스캔들을 바탕으로 ‘부패한 기성정치권’ 프레임을 대선에서 효과적으로 이용한 데 이어 총선의 공천에도 반영했다. 공천자 중 현역의원은 전체의 5∼6%로 줄인 대신, 절반을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로 채웠고, 평균 연령은 46세로 지난 의회 하원의원 평균 60세보다도 14살이 적었다. 또 공천자의 절반은 여성에 배당했다. 정치신인들은 지역구의 중진의원 등 기성정치인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뒀다.

▢ 경쟁 당 상대로 이른바 “분열시킨 후 정복” 주효

마크롱의 대선 승리 직후만 해도 정치실험의 모멘텀이 급격히 떨어져 총선에서 과반을 넘기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집권하자마자 국내정치와 외교무대에서 각각 노동개혁과 기후변화 등의 과제를 꺼내들어 이슈를 주도하면서 총선의 승기를 잡았고, 내각 인선과 신당 공천을 통해 최대 적수였던 공화당을 완벽히 제압했다.

신당 공천에 공화당의 거물 알랭 쥐페 전 총리 계열 의원들을 다수 포함한 데 이어, 쥐페의 최측근인 에두아르 필리프를 총리로 지명하는 등 이른바 ‘분열시킨 뒤 정복한다’는 전략으로 거대 우파정당의 송두리째 뒤흔드는데 성공했다.

마크롱은 사회당에 대해선 다수 현역의원을 끌어안았고, 정부에서 한솥밥을 먹던 각료들마저도 소속당이 아닌 마크롱에게 ‘러브콜’을 보내면서 사회당의 좌파 야성을 완전히 꺾고 존재감을 무력화시켰다.

▢ 노조의 거센 도전 예고…의회기능 상실 우려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하여 마크롱과 그의 신당이 꽃길만 걸을 것 같지는 않다.

대선 전부터 친기업 성향을 보인 마크롱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던 프랑스 노조는 당장 노조들은 총선 압승을 바탕으로 정부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강행할 경우 대규모 시위로의 저항을 선언했다.

정치신인들 위주로 채워진 여당이 행정부의 ‘거수기’로 전락할 경우 의회의 기능은 완전히 상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의회 내에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노동·사회단체들이 대규모 시위 등 장외투쟁에 나설 수 있어서다.

야당의 거물급 정치인들과 프랑스 사회의 지식 사회에선 벌써부터 일당체제의 의회권력 장악은 의회 민주주의의 기능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위기론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 대안으로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편을 거론한다.

또 역대 최고 수준의 높은 기권율을 보인 점에서 프랑스 민주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크롱 정부가 실패할 경우 프랑스 정치는 확실한 좌나 우 성향의 정당에게 다시 한 번 권력이 집중되면서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현대정치사에서 좌와 우를 모두 포괄하는 정치실험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실험으로 끝날 경우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마크롱 직전까지 60년간 정치 질서를 공고하게 지배해왔던 전통적인 좌·우파 문법에 충실한 정당들의 몰락이 꼭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프랑스 현지의 한 지인은 “마크롱과 그의 신당이 대권과 의회권력을 장악했다고 하여, 프랑스 유권자들의 정치실험에 대해 지지를 보낸 건 절대 아니다”라면서 “다만 부패한 거대 양당 체제 하에서 기대감을 접고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일시적으로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프랑스 국민은 좌와 우, 그리고 중도, 정치실험 등에 대한 관심보다는 EU 탈퇴 여부와 조세정책 등에 주목하고 있다”라면서 “대권과 의회권력을 동시에 쥐어줬는데도 정치실험에 실패할 경우, 프랑스 국민은 다시 좌와 우로 회귀하지 않겠느냐”라고 내다봤다.

안중열 기자  jyahn@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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