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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사법개혁 접고 일신 택하다[데스크칼럼] 법관회의 요구 ‘반쪽’ 수용…상설화 인정, 블랙리스트 재조사 거부

[시사브레이크 = 안중열 편집국장]  

안중열 편집국장

양승태 대법원장이 최근 사법개혁에 대한 법원 안팎의 압박으로 불거진 ‘사법 파동’ 위기에 그간 일관해온 침묵을 깨고 결국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의 상설화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 하지만 ‘사법부 블랙리스트’ 등 개혁축소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법관회의 등 일선 판사들의 거센 반발이 감지된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일선 법관들의 파동 조짐까지 보인 사법부 개혁축소·은폐 의혹에 대한 재조사 방침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사법부 스스로 내린 개혁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법원 내외부에서 강하게 개혁 압박을 받아온 데 대한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공존하고 있다.

일단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의 구성·역할·기능의 재검토’를 천명하면서 그간 부여된 인사권을 앞세워 권력기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법원행정처에 대해서만큼은 개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행정처를 우선 손질하면서 단계적으로 사법개혁에 이어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법관들이 ‘블랙리스트로 추정된 문서파일이 저장된 것으로 알려진 법원행정처 사무실 PC를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의혹과 관련해‘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반쪽짜리’ 개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문이 추가적인 진상규명 없이 ‘사법 블랙리스트’ 논란을 사실상 덮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선 판사들의 문제인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는 사법 블랙리스트 등에 대한 추가조사 안건은 법관회의 의결 당시에도 70~80%의 찬성률로 의결됐다는 점을 복기해보면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양승태 대법원장이 밝힌 법관회의의 권한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 이번 발언이 그간 일선 법관들이 요구한 대로 법관회의에 실질적 결정권을 부여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관회의에 대해 ‘법관들의 참여 기구’, ‘법관 의사를 수렴·반영하는 제도적 장치’란 법관들의 주장과도 온도차가 분명하다.

사실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재조사를 받지 않은 것이라는 건 이미 예견된 결과이이기는 하다. 양승태 대법원장 입장에서는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도 ‘문화·체육계 블랙리스트’ 혐의로 기소된 상황에서 자칫 그 파편이 자신을 관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감이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국회에서 헌법상 독립기구 ‘사법평의회’ 도입 방안 등 사법개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사법부 자체개혁 방안에 힘이 실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법관회의 상설화에 대법원 규칙이 아닌 법원조직법 개정이 필요할 경우에도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장기적 과제로 논의하자는 선언적 의미여서 불협화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입장문을 통해 법관들의 요구를 전면 거부할 경우 받게 될 정치적 부담은 피한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는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법관회의 상설화에 대법원 규칙이 아닌 법원조직법 개정이 필요할 경우에도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결국 법관회의 상설화는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 이후에나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

사법개혁은 개혁은 멀고 먼 얘기가 되고 있다.

안중열 편집국장  jyahn@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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