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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김영란법 1년…공직사회·기업 온도차 확연
  • 안중열 기자 / 이아름 기자 / 김수정 기자
  • 승인 2017.09.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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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브레이크 = 안중열 기자 / 이아름 기자 / 김수정 기자]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년이 된 가운데, 현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김영란법’ 시행을 두고 불편한 반응을 보였던 공직사회와 의료기관 등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내심 불필요한 향응이나 접대가 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기업체들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하다. <시사브레이크>가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결과, 일단 공직사회와 일반 기업체 사이에서는 확연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이번 기사는 취재원의 보호를 위해 기관명과 업체병, 그리고 실명은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구내식당으로 몰려 줄지어 식사를 하는 풍경은 이제 예삿일이 되고 있다.

▢ 공직사회·의료기관 등 “건전한 식사·음주문화 정착”

공직사회를 비롯해 의료기관에선 김영란법 시행 초기 불편하긴 했어도, 이제 막 정착단계에 들어가 건전한 식사 및 음주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모부처 5급 사무관 A씨는 “김영란법 시행 초기 애매한 기준과 첫 시범사례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불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법이 정착되면서 투명하고 청렴한 공직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다른 부처 5급 사무관 B씨는 “시행 초기만해도 외부에서 식사를 할 때 1인당 3만원 기준금액에 꼭 맞춰야 할지, 맞출 수 있을지 판단이 안 섰다”라면서 “그런데 지금은 다들 확실히 김영란법 기준에 맞게 식사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부처 4급 서기관 C씨는 “식사약속을 잡으면 당연히 1인당 3만원 이하로 식사를 하려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았다”고 전한 뒤, “과거와 달리 점심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구내식당에는 공무원들의 긴 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굴지의 병원 의사 D씨는 “과거엔 골프도 치고 고가의 저녁 술자리도 제공을 받곤 했지만, 지금 그런 문화는 대부분 사라진 것 같다”고 말하고는 “아무래도 접대를 받는 입장도, 제공하는 입장도 김영란법이 불편하긴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형병원 의사 F씨 역시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골프를 치면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라면서 “기업체 직원이 대가성 없이 골프 예약을 하더라도 괜한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어 가급적 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병워 의사 G씨도 “김영란법 시행 전만 해도 우리 조직은 접대나 향응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곤 했다”라면서 “그러나 당국이 부정청탁을 금지하겠다고 하면서 처음엔 불편했는데, 지금은 건전한 문화가 형성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해당기사와 무관 (시사브레이크 DB)

▢ 기업체 “김영란법 시행됐어도 접대·향응 여전”

한편, 공직사회나 의료기관의 반응과 달리, 일반 기업체들은 고급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거나 몇 십년간 이어져 온 저녁 음주문화나 골프 등의 접대문화가 한순간에 바뀔 수 있냐고 항변한다.

모기업 영업팀 부장 H씨는 “김영란법 시행 후 외형상 접대나 향응 등의 고질적인 병폐가 사라진 것 같지만, 그건 영업 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과거나 현재나 접대나 향응 없이 영업을 뛸 수 있는 게 과연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제약사 영업팀 과장 I씨는 “정부 연구과제를 따기 위해선 해당부처 공무원뿐만 아니라, 입찰 심사에 참여하는 대학교수(의사)까지 접대를 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저녁이 되면 직접적으로 접대와 향응을 요구하는데 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의료기기업체 영업팀 차장 J씨는 “저녁에 가족과 식사를 하고 있는데, 모병원 교수가 전화를 걸어 불려나간 적이 있다”라면서 “어쩔 수 없이 법인카드로 고가의 술값을 지불했는데, 이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란 건 이 바닥 사람들은 다 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의료기기업체 K씨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공무원보다는 교수들에게 접대하는 경우가 더 많고, 비용 역시 크다”고 설명한 뒤, “앞에선 고고하지만 은밀한 밤 문화를 즐기는 교수도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모병원 홍보실 이사 L씨는 “요즘 우리 병원은 사실 기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라면서 “식사나 술자리는 그런대로 버티겠는데, 고가의 술자리부터 시작해 한 기자의 해외여행 경비까지 지원해준 경우가 있는데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게 아니냐”라고 하소연했다.

모병원 홍보실 M씨는 “김영란법의 취지야 더없이 아름답지만, 이게 좀 웃기는 부분이 많다”라면서 “병원 교수들은 업체들로부터 접대를 받고, 병원은 기자 등에게 접대를 하고.. 이 확고부동한 먹이사슬이 존재하는 한 부정청탁이 근절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중열 기자 / 이아름 기자 / 김수정 기자  jyahn@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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