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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고용파트너 ‘경총’서 ‘상의’ 중심으로 재편

[시사브레이크 = 정민수 기자]

고용보험위원회 위원 자격 상실

정부의 상의에 힘 싣기 전략까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위상이 옛날 같지 않다. 전국 단위의 사용자 측 대표성을 지닌 단체인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문재인 정부로부터 노조단체들에게까지 홀대를 받으며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일자리 정책을 놓고 정부와 각을 세웠던 경총은 최근 정부의 대화 파트너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잇따르면서 자칫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왼쪽)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치킨집에서 호프미팅을 갖고 있다.

경총은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기구에서 제외된 데 이어 최근엔 고용보험위원회 위원 자격까지 박탈당했다. 정부가 노골적으로 경총을 배제하는 대신 대한상공회의소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자연스럽게 한노총 등 노조 관련 단체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결국 경총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위상 추락과 해체 위기에 몰렸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비슷한 처지로 몰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는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창구 하나가 닫히게 될까봐 불안한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경총은 전경련에서 노사 관계를 다루던 부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70년 전방(전남방직)의 창업주인 고(故) 김용주 전 회장이 창립을 주도해 전경련에서 분리됐다.

이후 경총은 사용자 단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노사분규가 발생했을 때 기업들의 원활한 교섭, 타결을 지원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해왔다.

지난 5월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도 경총의 태생적 이유에 근간을 둔다.

경총은 노사 및 일자리 문제에 대해 회비를 내고 있는 회원사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었고 이 같은 목소리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 청와대와 정부는 노골적인 비판을 가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는 대한상공회의소를 경제정책 파트너이자 소통 창구로 선택한 반면 전경련과 경총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일자리 창출 및 노동시장 이슈를 추진할 때마다 경총과 부딪히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총도 정권의 눈치만 보며 수개월째 '침묵'을 지키고 있는 모양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에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위촉됐을 때도 경총은 협상파트너로서의 입장을 자제했으며, 통상임금 인상을 비롯해 경제·경영 이슈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말을 아꼈다.

최근에는 2004년 이후 사용자 대표 자격으로 참여해왔던 고용보험위원회에서 배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입장조차 내지 못한 채 웅크린 분위기다.

재계 일각에서는 경총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한 입지 위축과 함께 '재계 대변인' 역할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경총 가입 1호 기업인 전방이 경총의 역할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보이며 탈퇴를 한 이유도 재개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경총이 변하지 않으면 전경련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에 부담되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어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사라지는 느낌”이라면서 “노동자 위주의 정책 일변도에 대해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민수 기자  msjung@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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