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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시대 열렸다…판단·적용 기준 모호정부 가이드라인 구체화되면 노동시간 혼란 불가피…탄력근로 확대도 쟁점

[시사브레이크 = 안중열 기자]  

사업주, 연장근로 주 12시간 넘기면 '위반'
탄력근로제 확대 놓고 산업계·노동계 갈등

주 52시간 근무 시대가 열렸지만, 판단기준 등이 모호해 적용과정에서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04년 도입된 주 5일 근무제만큼이나 업무 형태, 임금 체계, 조직 문화가 바뀔 전망이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우선 300인 이상 기업들이 적용 대상이다. 주 40시간을 원칙으로 하며 연장근로를 포함하더라도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으면 안된다. 다만 현장에선 회식, 출장 등 근무와 휴게의 중간 영역에 있는 활동에 대한 근로시간 판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명동거리에 나온 시민들 (사진은 해당기사와 무관, 시사브레이크 DB)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63시간에 비해 306시간을 더 일한다. 가장 적은 독일(1363시간)보다는 무려 700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독일과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은 이미 주당 노동시간이 30~40시간에 맞춰져 있지만, 야근이 일상인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 주 52시간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의 노동시장 관행을 바꾸는 중요한 변화"라면서 "노사정 모든 주체들이 힘을 모아 안착시켜 나갈 때 노동자는 저녁이 있는 행복한 삶과 건강이, 기업은 생산성 향상이, 청년들에게는 일자리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노동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해 노동시간 위반이 적발되는 사업장과 사업주에 최장 6개월간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시정기간을 주기로 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인력 충원에 걸리는 시간, 설비 증설에 걸리는 시간 등 52시간제를 도입하기에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처벌을 유예한다고 현장의 혼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산업계는 적응 훈련에 나서고 있지만 당분간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는 회식, 출장 등 근무와 휴게의 중간 영역에 있는 활동에 대해 어디까지 근로시간으로 볼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근무시간과 휴게시간을 구분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사례에 대해 판례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부서 간 회식은 노동시간에 해당하지 않고, 접대는 회사 측의 지시나 승인이 있을 경우에만 노동시간으로 간주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출장 이동 시간의 경우에는 노사의 서면 합의를 통해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단축 시해을 앞두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하지만 회식, 접대, 출장, 교육 등이 형태와 성격이 워낙 다양해 노동시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해당하지 않는지 명확하게 구분 짓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이 지나치게 구체적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개별사업장 환경에 맞게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하고 판단이 어려운 경우엔 지방노동 관서에 문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당분간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김영주 장관은 "과거 주5일제를 도입할때도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었지만 슬기롭게 새로운 제도를 안착시킨 경험이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의 안착을 위해서는 현장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사 스스로도 부담은 나누고 힘은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는 또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현 제도가 적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종의 경우 서버다운, 해킹 등 긴급 장애대응을 위해 연장근로가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김 장관은 "관계부처와 함께 더욱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재난, ICT업종의 해킹·서버다운 등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연장근로를 허용해 긴급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도 앞으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산업계에서는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로는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며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 장관은 "전반적으로 모든 산업을 6개월로 하면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며 "탄력근로제는 산업이나 기업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산업에 맞는 탄력근로제 도입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실태조사도 하겠다"고 말했다.

안중열 기자  jyahn@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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