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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NL과 PD, 그리고 한계

[시사브레이크 = 안중열 기자]  

현재 존재조차 미미해진 진보진영을 보고 있자니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현실은 받아들여야 한다. 공생과 상생, 반목과 대립을 반복하면서 민주화운동의 한 획을 그은 공은 인정하지만, 과거 동인과 서인 간 당파싸움과 같은 행태를 보고 있는 지금의 여론은 존재 자체마저 의문을 제기한다. 혹자들은 진보 진영의 양축인 '민족해방 노선(NL; National Liberty)'과 '민중민주주의 노선(PD; People Democracy)의 구분이 불필요하다고도 하지만, 건강한 보수가 존재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필요한 정치세력인 진보 진영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3월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열린 ‘20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민족해방 노선; NL(National Liberty) 계열

유신정권과 군부독재 속에서 투쟁을 계속해온 이들은 단순히 사회적 변화엔 관심이 없었다. 정권과 나라가 뒤집히지 않는 한 이들의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독재정권에 억눌려 온 민중에게는 이들의 모습이 요즘 말하는 '사이다'로 비쳤을 것이다.

독재정권부터 덧칠해진 그들의 '간첩활동' 의혹엔 의견이 분분하니, 판단은 독자들의 몫에 맡긴다. 강산이 변하고 세상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NL계열에 대한 향수에 젖은 사람들도 있지만,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민중당 모습은 방향키를 잃어버린 것 같다.

파격적인 행보에 박수를 보내는 이면엔 과격한 움직임에 대한 거부감이 표출되고 있고, 어쩌면 그게 "과거엔 옳았고, 지금은 틀렸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아닐까.

▢ 민중민주주의 노선; PD(People Democracy)

급진적인 모습에 대한 거부감은, 삶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기폭제가 됐다. 민족해방도 좋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쫓긴 노동자(요즘은 '중산층'으로 불린다)들은 변화의 물꼬를 터야 했고, PD계열은 그 니즈를 충족시키는데 조직력을 집중시켰다.

반공 이데올로기의 영향도 부정할 수 없다. 급진적인 NL계열보다는 현실적인 세력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PD계열은 새로운 모멘텀을 제시한다. 서민 삶으로 다가가 나름의 팬텀을 구축, 진보진영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고 젊은층을 상대로 대안정치 세력을 자임한다.

다만 PD계열의 노력과 달리 앞서 언급했듯 우리가 말하는 서민은 반공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정권에 대한 불만이 아닌 순응하도록 영향을 준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NL과 PD계열의 한계

"건강한 보수가 부패조짐이 보이면 변화의 물결이 일게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진보세력이 태동하는 과정이 이상적"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과거 진보진영의 태동은 시대적 요구이자 조류였고, 그들의 활약상은 지금의 운동권 모습과는 명확히 다른 색채를 띠곤 했다.

그런데 과거 회자되던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이미 존재하지도 않는다. 지능적인 통치 프레임을 구축한 정치세력이 굳이 과거의 이데올로기 전략을 쓸리 없질 않나. 그럼에도 여전히 1970~80년대의 전략이 지금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시대 역주행'을 하고 있다.

계파를 떠나 정권을 상대로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진보진영은 정치세력화가 되자, 정체성을 잃어버고 만다. 곳곳에선 '진보진영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운데) 등이 2016년 12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민중연합당 주최 ‘청와대-헌법재판소 커넥션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결론

토론회를 나가면 소위 '진보진영' 패널들은 각개전투의 일인자다. 해박한 지식으로 중무장한 그들은 달변가로 빙의해  발언 하나하나에 상대 패널들의 말문을 막아 버린다. 동일한 발언 기회가 주어지면 그동안 누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대 패널을 압도한다.

그런데 이들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더니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나. 정권을 상대로 반복 혹은 대립을 해왔건만, 막상 왼팔에 국회의원 각반을 채웠더니 무력감에 빠지들지 않나. 어쩌면 재야에 있을 때 차곡차곡 쌓아놓은 신뢰마저 무너뜨리고 있는 건 아닐런지.

진보진영 안에서의 적자 대립처럼,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도 상황에 맞는 선택은 늘 강요되지만,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강남좌파'와 같은 달콤한 구호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과거의 전략과 프레임에 머문다면 "진보가 부패로 인해 망한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일각에선 중도보수 성향의 더불어민주당을 진보정당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필자는 정의당과 민중당, 그리고 옛통합진보당 정도가 진보정치세력으로 본다. 이들은 6·13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싸늘한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안중열 기자  jyahn@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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