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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日근로정신대 피해 배상' 첫 인정미스비시 상대 '강제노역' 확정 판결…8천~1억5천만원씩 각각 배상

[시사브레이크 = 서태건 기자]  

1·2심 "손해배상 책임 있다"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를 동원한 미쓰비시중공업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대법원이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는 근로정신대 관련 소송에 대한 첫 대법원 판단이다. 이번 확정 판결은 지난 1993년 일본 법원에서 손해배상 청구권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해왔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2012년 강제징용 파기환송 이후 소송을 제기해 첫 승소를 했다는데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기자회견이 열린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에서 대리인인 이상갑 변호사가 소송 경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원폭피해자들을돕는 시민모임 이치바 준코 씨,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씨, 이상갑 변호사, 피해자 김성주 씨, 피해자 고 박창환 씨의 아들 재훈 씨.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29일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87)씨 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 1명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유족이 소송을 진행한 경우 상속지분에 따라 일정 부분 감액이 이뤄져 전체 지급 금액은 1억208만~1억2000만원으로 산정됐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이라면서 "한·일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미쓰비시중공업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해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고 지적한 뒤, "신의성실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을 인정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양씨 등은 제국주의 일본의 노동력 조달 정책 기조가 한창이던 지난 1944년 5~6월 일본 나고야의 미쓰비시 항공기제작소 공장에서의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당시 이들은 14~15세에 불과한 소녀들이었는데, 학교 등으로부터 '일본에 가면 일하면서 돈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꼬임을 받아 일본으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양씨 등은 공장에서 비행기부품에 페인트칠을 하거나 금속판에 비행기부품을 그려 나르고, 긴 파이프에 천을 꿰매는 등의 단순하거나 힘든 노동에 내몰렸다. 작업 중에는 곁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업 환경은 열악했으며, 일본인 감독자로부터 구타를 당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1944년 12월7일 발생한 동남해 지진으로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는 일도 있었다. 그 뒤 이들은 1945년 다른 공장으로 옮겨져 노동하다가 같은 해 8월15일 일본이 패망한 뒤 귀국했다.

조국에서 이들은 상당 기간 근로정신대를 일본군 위안부와 혼동하는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자신의 피해를 알리지 못하고 숨죽이며 살아야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양씨 등은 1999년 3월 일본 나고야지방재판소에 미쓰비시 측을 상대로 1인당 3000만엔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2005년 2월24일 나고야지방재판소, 2007년 5월31일 나고야고등재판소, 2008년 11월11일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후 양씨 등은 다시 2012년 10월24일 광주지법에서 국내 소송을 시작했다. 이는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한 2012년 5월24일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에 제기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봤다. 

1심은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소녀들은 학교에 보내주고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고향을 떠나야 했고 일본에서 비인격적인 대우와 가혹한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다"라면서 "미쓰비시중공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 양씨 등 원고들이 8000만~1억50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원고 승소 판단을 유지하면서 근로정신대와 군위안부 혼동에 따른 정신적 피해 부분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고려해 미쓰비시가 양씨 등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줘야할 금액을 1억208만~1억2000만원으로 조정했다.

서태건 기자  teagun@sisabre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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